오늘보다

  • 오늘사회운동
  • 2018/08 제43호

난민 혐오, 인종 차별 …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 이준혁
제주도에 와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 출신 난민 5백여 명을 놓고 한국에서 인종주의적 차별과 배제의 흐름이 커졌다. 무슬림과 동성애에 대한 반대 캠페인을 벌여 온 소위 보수기독교 세력도 있고, 경제적 고통과 안전에 대한 위협감을 이유로 ‘국민 먼저’를 내세우며 난민 배제를 주장하는 일각의 청년, 여성들도 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난민을 둘러싼 대중적 논쟁이 벌어진 지금, 이를 계기로 논의를 진전시키고 운동을 확장해 가야 한다. 이주공동행동 정영섭 집행위원,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활동가, 민주노총 류미경 국제국장과 최근의 난민 논란에 대한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적 방향을 논의해보았다
 
참석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
       박정형 (한국이주인권센터 활동가)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정리 이준혁 (편집실)
 
[오늘보다] 최근 제주에 온 예멘 난민 수용 반대 흐름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청원에 70만 명 넘게 참여하고 난민 반대 집회가 수차례 열리는 등 인종주의적 움직임이 커졌습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진단을 하고 사회운동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 말씀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국내 난민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한데요. 
 
[정영섭] 통계상으로 보면 한국에 난민 자격을 신청한 사람은 4만 명 정도에요. 1992년 난민협약 가입 이후 1994년부터 한국정부가 난민 신청을 받았는데 그 가운데 약 2만 명이 심사 종료자이고요. 그 중 839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어 인정률은 4.1퍼센트 정도죠. 여기에 난민인정은 아니지만 본국에 돌아가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아 ‘인도적 체류’ 자격을 받은 7.6퍼센트를 합하면 11.7퍼센트 입니다. 세계적으로 평균은 37퍼센트 정도 된다고 하는데 한국은 엄청나게 까다롭게 심사해서 인정률 자체가 극히 낮은 거죠. 난민법은 2013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예멘 난민이 들어오기 전까지 난민 문제가 거의 대중적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고 주로 난민 인권단체들을 중심으로 열악한 난민들의 상황, 미미한 인정률, 부실한 심사의 문제가 계속 제기되었지요. 
 
[박정형] 난민 인정 사유가 너무 협소하다 보니 인도적 체류자가 더 많은 현실이에요. 시리아 사람들은 경우 대부분 인도적 체류비자를 받았죠. 이들은 건강보험이나 양육비 문제 등이 심각해요. 보험 적용되는 직장에 취직하기가 어려우니 의료비가 보통 세 배 정도 들고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도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고요. 인천 같은 경우 한 아이 당 43만 원을 내야 해요. 
 
[오늘보다] 대체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할 텐데 그런 부담을 감당하기가 어렵겠네요.
 
[박정형] 그렇지요. 그런 양육비 문제나 교육 문제 등을 많이 어려워하지요.
 
 
[오늘보다] 그러면 왜 그렇게 난민 인정률이 낮을까요. 또 실제 난민 신청자나 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요?
 
[박정형] 올해 사례인데요. 연세 있는 부모와 자식 셋이 한국에 온 가족인데요. 난민 신청자의 열악한 처지를 고려해 심사 절차, 인터뷰 등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전반적으로 많이 지체되고 있어요. 이분들은 1년 7개월 간이나 인터뷰하러 오라는 얘기를 못 들었대요. 저희도 출입국에 확인해봤더니 진짜 그렇더라고요. 법에는 1차 심사 기간이 6개월로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훨씬 긴 거죠. 신청자로서 계속 3개월씩 체류 연장을 해 왔고요. 또 다른 사례도 있어요.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인데요, 아들은 1차 심사에서 불인정되어 이의제기를 했는데 아버지는 이의신청을 자식이 했다고 생각하고 기간을 넘긴 거예요. 그래서 소송으로 바로 넘어갔는데 제가 서류보고 깜짝 놀랐어요. 아무런 도움도 없이 그냥 자기가 서류에 간략하게 쓰기만 한 거예요. 그게 제대로 된 법정 소송을 위한 서류일 수가 없는데 판사든 누구든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 해준 거예요. 절차만 진행하고 대법원까지 그렇게 끝나버린 거죠. 그래서 재신청을 했어요. 소송 과정에서 아무런 도움도 없었고 그래서 난민으로 인정받을 기회가 사라진거죠. 이제 재신청하려니까 출입국에서는 또 남용 신청자라고 하는 거죠.
 
[오늘보다] 남용이라는 말을 남용하고 있군요. 인터뷰나 심사는 제대로 이뤄지나요.
 
[박정형] 인터뷰 과정도 문제가 엄청 많아요. 저희가 정보공개 청구해서 인터뷰 기록 같은 걸 보고 본인에게 확인하는데, 황당한 경우도 있어요. 난민 불인정 통지서에 ‘이 사람은 경제적 목적으로 한국에 온 것’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래서 보니까, ‘한국에 와서 뭘 하고 싶냐’고 묻는 것에 ‘내가 한국에 왔으니까 교육도 받고 싶고 돈도 벌고 싶다’ 이렇게 답변한 걸 가지고 경제적 목적으로 왔다고 쓴 거죠. 이런 식이에요. 난민 심사 기준이 까다롭고 심사가 부실하니 인정률이 극히 낮은 거죠. 
 
[오늘보다] 난민 신청자들은 어떻게 먹고사나요. 법에는 6개월간 취업도 할 수 없고 지원도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박정형] 이것도 어이가 없는 게, 난민 신청을 하고 나면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생계비 지원 예산도 아주 적고, 신청 비율도 낮아요. 난민 신청할 때 생계비 지원 신청 할 수 있다고 알려줘야 신청할 수 있는데, 아무도 안 알려주는 거죠. 그러면 본인이 나중에 알음알음 알게 돼서 신청하는데, 몇 개월 지난 후가 되어 지원받기도 어렵죠. 지원을 받는다고 해도 거의 아이 있는 사람들이고 단신 난민 신청자는 지원 못 받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르바이트든 일용직이든 닥치는 대로 일해야 하는데, 걸리면 체류자격 외 취업이 되어 처벌받는 거죠. 

[정영섭] 작년에 만 명 가까이 난민 신청을 했는데 그중에 생계비 지원받은 사람은 고작 4백 명 남짓이었지요. 비율로 보면 4퍼센트 정도고요. 1인 가구에 43만 원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 이걸 처음에 난민 반대진영에서 138만 원이라고 가짜 뉴스를 돌렸죠. 5인 가구가 되어야 그 정도인데. 취업도 안 되는데 별다른 지원도 없으니 사실 어떻게 보면 다시 나가라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박정형] 인천에 보면 예전부터 있었던 시리아 난민 중 일부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형편이 좀 나은 편이에요. 예멘 난민들 같은 경우는 자기 일이 없어 생고생을 하고 있고요. 우리 사무실이 있는 연수구에 난민들이 많이 사는 건 거기에 싼 월셋집들이 꽤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같은 데서 온 이주민들도 많이 살아요. 
 
 
[오늘보다] 본격적인 얘기로 들어가 보죠. 왜 이렇게 난민에 대한 배타적 감정이나 반대 정서가 커졌을까요. 
 
[정영섭] 청와대 청원이 그렇게 빨리 늘어나는 걸 보고 처음에 좀 놀랐어요. 근데 인터넷 생리에 밝은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좌우 가리지 않고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들이 밀어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6월 30일 서울에서 열린 난민 반대 집회도 촛불 집회 형식이었고, 자기들은 혐오가 아니라 국민 안전부터 챙기라는 것이라고 주장했죠. 이게 명백히 인종주의적 차별인데 그런 인식조차 없는 게 더 문제에요. 그리고 전통적 혐오세력이 기획했다는 얘기는 일부만 맞는 것 같아요. 대중적 저변이 있고, 그래서 더 우려스럽죠. 일차적인 원인은 만성적인 경제 불황과 청년세대의 취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자원은 아니지만, 어쨌든 남한테 그 자원이 돌아가는 게 싫은 거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취준생들이 반대하는 것처럼요. 여성들의 경우 수년 동안 여성 대상 범죄나 몰카 문제 등 안전문제들이 제기되었고요. 이런 불안이나 공포가 배제 논리로 이어져 이방인이자 약자면서 뭔가 지원을 받을 것 같은 난민들에게 분출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난민이고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논리는 인종주의에요. 이걸 정당화할 수는 없죠.
 
[류미경] 말씀하신 6월 30일 난민 반대집회에 이어 7월 14일 한 차례 더 집회가 열렸는데요, 이 날은  “제주 예멘인 추방”, “가짜 난민 송환”, “난민법 폐지” 등 더 극단적인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이날 집회를 조직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을 봤어요. 한국에서 수용할 수 없는 문화를 가진 무슬림들이 사회문제를 일으킬 거라며 불안해하는 글들이 많더라고요. 그 중에는 “정부가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도 제정하려 하고 … 정말 무서워서 못 살겠어요”라는 글도 있었는데 좀 신기했어요. 사실 지난 4월 말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초안이 발표되었는데요, 부실하기 짝이 없어요. 시민사회단체들이 ‘여전히 국제기준 평균에도 못 미치는 난민인정률을 어떻게 높일지, 처우 정책의 공백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도 부재하다. 날로 높아져가는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혐오를 규제할 차별금지법 제정 계획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기자회견까지 할 정도였죠. 돌이켜보니 올해 초 법무부가 주최한 유엔 국가별정례인권검토 간담회에 혐오세력들이 몰려왔죠.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서 국가가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거르는 시스템을 없애려한다거나 동성애를 강요한다는 주장을 했어요. 학생인권조례 제정해서 고등학생들 임신을 조장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도 했고요. 같은 세력들이 최근에는 집회를 열고 삭발을 하면서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폐지하라고 하더군요.
 
[박정형] 지난 총선에서 기독당이 이슬람 반대, 동성애 반대 등을 들고 나왔었죠. 최근에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라는 책을 읽었는데, 현재 난민 반대 흐름이 있기 전에 나온 책이에요. 근데 그 책에 보면 이미 그 전부터 기독교 쪽에서는 한국에 많이 있지도 않은 이슬람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면서 자기네 내부 논리를 공고히 해 온 것 같아요. 지금에 나오는 논리들이 계속 그 전부터 유포시켜 온 거죠. 이슬람을 비하하고 왜곡하고 악랄하게 묘사하는 정보들을 퍼뜨려 왔는데 우리는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것 같고요. 그런 상황에, 제주 예멘 난민들이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예멘 사람들은 누구일까 생각해서 정보를 검색했을 때 그 세력들이 깔아 놓았던 정보를 우선 접했다는 거죠. 또 법무부가 굉장히 안일했어요. 기존에 이주민들을 통제하고 관리하기만 하고, 평등과 인권에 대해서는 도외시하고 이주민들을 범죄자화 하고 불법으로 취급했죠. 난민에 대해서도 그런 논리가 똑같이 적용되고 있고요. 제주 예멘에 대해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보도 자료는, 악용될 수 있다며 예멘 무사증(테러지원국을 제외한 국가의 외국인에 한해 발부,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자격증)을 폐지하겠다는 거였어요. 기존 통제 논리 그대로죠. 유언비어들이 너무 유포되니까 7월에 법무부가 팩트 확인 자료를 내놨는데 그전까지는 전부 악용 방지, 난민 급증, 브로커 단속 등의 내용이었어요. 혐오세력들의 토양이 깔려 있는 상황에 정부가 기름을 갖다 부었다고 생각해요. 
 
[정영섭] 제주도 현지에서는 맘카페 등에서 불안감이 표출되고 증폭된 것 같은데요. 법무부가 난민 신청자들을 육지로 못 나가게 ‘출도 제한’을 한 것도 크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인터넷에서 접한 왜곡된 정보에 더해서, 난민들을 제주에 가둬 놓았다 하니 없던 불안도 생기지 않겠어요. 난민들도 이런 상황을 알죠. 그래서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하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푸는 것도 필요한데 축구도 못 하고 있대요. 
 
[박정형] 언론이 주로 난민들이 집단으로 모여 있는 사진들을 생산했죠. 어디 모여 있고, 수백 명이 취업설명회 듣는 사진이라든지. 그냥 집단으로만 인식되게 만들고, 개인들의 인격과 경험은 제거된 거죠. 얼굴을 내보내지 말라고 하니 모자이크를 해서 더 이상하게 보이게 하고요.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당연히 안 좋은 인상을 받죠. 
 
[류미경] 치안 불안하다며 못 돌아다니게 하고, 순찰을 강화하고 이런 게 다 이들이 불안 요인이라는 인식만 키우는 거죠. 
 
 
[오늘보다] 다른 나라에서는 난민에 대해서 노동운동이 어떻게 활동하고 있나요. 
 
[류미경] 유럽의 노조들 사이에서도 ‘난민 문제’가 큰 의제에요. 2008년 세계 경제위기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에 더해 서방의 군사 개입, 기후변화 등으로 시리아와 아프리카에서 난민이 대거 발생했죠. 여기서 초래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 유럽 전역을 휩쓸었죠. 이를 틈타 인종주의적 성격이 강한 우익 포퓰리스트 정치세력들이 득세했습니다. 위기의 영향이 집중된 남유럽에서는 유럽연합의 긴축 정책에 맞선 투쟁과 함께, 대중들의 불만이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내세우는 반 이민·난민 정서와 결합하지 않도록 반인종주의 캠페인도 적극 조직했죠. 지난해 참석했던 네덜란드노총과 스페인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됐어요. 스페인노총이 채택한 결의문은 ‘국제주의자로서의 결의를 분명히 하며’ 난민 인권을 강조했고요. 난민들이 어떻게 하면 권리를 가지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논의도 활발했어요. 이탈리아노총은 지난 6월 27일 유럽연합정상회의를 앞두고 유럽연합에 속한 각국정부들이 연대와 인권 존중을 바탕으로 난민 정책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개최했죠.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우선 유럽연합의 공동 난민정책인 더블린 조약을 개정하여 유럽 각국이 공정하게 난민 수용 책임을 분담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두 번째, 유럽연합이 사회정책적 통합을 강화하여 모든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과 양질의 일자리를 누리고 노동자들 간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는 거고요. 세 번째, 각국 정부가 난민들이 자기 나라에서 경제적 기회를 갖도록 난민 출신국과의 개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오늘보다] 또 다른 사례들이 있나요?
 
[류미경] 독일의 전반적인 ‘난민 환영 문화’ 속에서 독일노총과 산별노조들도 난민들이 노동시장에 효과적으로 통합되도록 지원을 강화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난민정책을 난민들의 관점에서 최적화하는 전략이죠. 많은 독일의 노조는 스스로 반인종주의 전통이 강하다고 이야기합니다. 1990년대 단기 초청노동자 형식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파업에 현지노동자들이 연대했던 경험이 있다는 것이죠. 최근에는 난민들도 노동시장에 제대로 진입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독일노동자와 마찬가지로 숙련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고 말해요.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법도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한다는 의견이고요. 뿐만 아니라 난민의 삶이 일만 아니라 가족과 사회활동으로도 이루어져야 하니깐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도 한다고 해요.  지역공동체 속에서 여러 가지 생활, 문화 등에 있어 연대 활동을 하도록 하는 거죠. 최근 반이민자 정서가 확대되고 있고 조합원들도 극우 정당에 투표하기도 하는데, 사회운동, 노동운동이 경제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을 잘 찾지 못하니까 불만을 외부의 적에게 돌리는 선동에 취약해지는 것 같아요. 때문에 노동조합으로 모여서 인종주의에 맞서자고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고 있어요.
 
[정영섭] 이탈리아 극우 정당과 ‘오성운동’의 연정, 독일에서 반난민·반이슬람 내세우는 ‘독일을 위한 대안(AfD)’, 프랑스의 ‘민족전선’ 등 우익포퓰리즘 세력이 입지를 넓혀 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이들 나라에서 난민을 받아들인 규모는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요. 2015년 시리아 난민 사태 이후 독일만 해도 백 수십만 명을 받아들였고요. 스페인은 좀 신기한 게, 작년 2월에 바르셀로나에서 십만 명이 넘게 모여서 난민 수용하라는 시위를 했어요. 사회 전통이나 연대의식이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종주의 반대 운동이 유럽 전역에서 활발한 것 같고요. 
 
[오늘보다] 인종주의적 배제와 혐오 비판과 함께 또 다른 프레임도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정영섭] 국내에서 난민에 반대하는 이들이 인종주의적 배제와 혐오를 하고 있고 난민, 이주민 배제가 결국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으로 돌아가서 사회 전반적으로 권리가 더 취약해질 거라고 강력히 주장해야죠. ‘난민 vs 자국민 안전’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프레임입니다. 난민을 배척한다고 자국민이 더 안전해지거나 권리가 증대되지는 않죠. 이 구도 자체가 인종주의적이고 배타적인 입장에 기반한 겁니다. 또 사회·경제적으로 청년, 여성이 처한 현실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요. 그래서 난민, 이주민 차별 반대 운동이 사회·경제적 평등과 연대를 지향하는 노동운동, 여성운동과 같이 가야 하는 것 같아요. 당신들을 괴롭히는 것이 난민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고 설득해야 하겠지요. 
 
 
[오늘보다] 제주 예멘 난민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박정형] 최소한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획득해서 다른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 필요할 텐데요. 정부가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 이동을 제한할까 걱정되기도 해요. 예컨대 몇 퍼센트를 걸러냈다는 식으로요. 그러면 개별적인 소송으로 가야 할 텐데 그런 상황은 걱정되고요. 그렇게 안 되게 해야겠지요. 한국에서 난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류미경] 언론이 여러 가지 우호적인 기사, 직접 난민을 만나 취재한 기사 등을 많이 생산하며 나름의 사회적 가이드라인 같은 내용을 많이 냈다고 보는데요. 실제로 난민을 실질적으로 사회 안으로 통합하고 공존하기 위한 정책 같은 건 부족한 것 같아요. 민주노총만 해도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이주노동자 주체화를 위해 노력하기까지 오래 걸렸는데 난민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거든요.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해요. 제주 난민들이 들어오고 여러 논쟁이 생기는 상황이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인종주의, 혐오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의 전략, 노동운동의 전략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논의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영섭] 운동 사회 안에서도 기존 난민 인권, 이주민 운동 단체들 이상으로 잘 얘기가 안 되고 있어요.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것에 공감합니다. 노동조합이나 여러 사회단체들에서는 난민, 이주민에 대한 인식을 올바로 가질 수 있는 교육 활동도 많이 필요할 것 같고요. 7월 20~21일 열린 인종차별 보고대회도 원래 80명 규모로 신청받았는데 250명 넘게 신청했다고 하는 걸 보고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고 느꼈고요. 논의와 활동이 다양하게 확대되도록 더 힘을 모아야 하겠지요.
 
[오늘보다] 네. 오랜 시간 말씀 나누시느라 수고 많으셨어요. 인종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연대를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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