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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여성
  • 2018/08 제43호

청주에서 출발한 낙태죄 폐지 버스

낙태죄폐지퍼레이드 참가 후기 #1.

  • 송지영
6월 15일. 낙태죄폐지퍼레이드 홍보를 SNS에서 우연히 접한 그 날, 여성주의책읽기모임을 갔다. 모임이 끝날 무렵, 나는 낙태죄폐지퍼레이드에 함께 참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모임을 같이 하는 지현 동지가 이왕 올라갈 거 청주에서 사람을 모집해서 가자고 제안을 했다. 모두가 들떠서 찬성했고, 바로 나는 연락책이 되었다. 그 이후 영은 동지가 포스터에 내 연락처를 넣었다. 모임의 유일한 남성분은 자기가 가도 되냐고 물어봐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포스터에 남성과 ‘쓰까’ 모두를 환영한다고 쓰기로 했다.

포스터를 만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제안하여 버스에 타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갔다. 책모임의 사람들은 각각 민주노총 충북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에도 참여를 제안했다. 일부는 참가 의사를 밝혔고, 노동조합에서는 흔쾌히 후원을 약속했다. 처음에는 인원이 적어 고민되었지만, 나에게 따로 연락 온 아는 동생까지 합하여 17명이 버스에 무사히 탑승했다. 진영 동지는 머리띠를, 진아 동지는 간식을 직접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각각 나눠주었다.

도착하니 다른 집회의 인파로 다소 시끄러웠다. 광장 중앙에 낙태죄 폐지를 위한 집회를 준비하는 팀이 보였다. 낙태죄.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국가가 통제하는 현실에 착잡해지기도 했지만, 점점 모여 광장을 채우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보았다. 

처음 시작한 영상은 다양한 국가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응원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국제적 연대는 뜨거운 호응으로 이어졌다. 이어서 낙태죄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사회가 여성의 권리를 어떻게 통제해 왔는지 소개되었다. 도대체 낙태는 왜 여성만이 책임져야 하는가? 태아의 권리는 어째서 공익이고, 여성의 권리는 사적인가? 많은 의문과 억울함이 남는 순서였다. 

이후 다양한 사람들이 발언에 참여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레베카 곰퍼츠 활동가, 여성단체, 민주노총, 장애인 여성, 성 노동 여성, 청소년 여성 등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모두 국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아이를 낳을 것, 혹은 낳지 않을 것을 통제당하고 있었다. 피임 지식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고, 거짓 낙태 동영상을 틀어주고, 성별 선별 낙태를 방임하던 국가가 이제와서 여성의 몸을 통제하려 드는 아이러니에 쓴웃음이 났다. 그런데도 많은 발언자가 이 낙태죄 폐지가 우리 여성의 문제라 인식하고, 함께 투쟁하자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 굉장히 멋있게 느껴지기도 했다.
 

발언 이후 퀴어 댄스팀 ‘큐캔디’의 훌륭한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반짝이 의상이 부러워서 청주에도 꼭 저런 댄스팀을 만들자고 미진 동지와 약속을 했다. 공연 이후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노래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하고, 구호도 외쳤다. 

우리는 권리를 쟁취하고자 한다. 낙태죄 폐지를 한다고 당장 여성이 겪는 수많은 문제들이 다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알고 보호하고 인정받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낙태죄 폐지는 이미 하나의 흐름이다. 이제 우리 여기서 낙태죄를 끝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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